[영화] 3 얼간이, 공대생, 삶의 어려움

3얼간이. 인도영화죠. 인도영화는 블랙 한번 보고 괜찮구나 생각하고 슬럼독 밀리어네어보면서 더욱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얼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등장을 했는데, 이게 뭐 코믹인가 슬픈거 같진 않고 뭘까 하다가 인도영화에 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보기로 맘을 먹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좋았던 점은 이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팍팍 와닿았다는 것입니다. 조금 과장된 면도 많지만 공대 출신의 공돌이로서 볼 때 얘네들은 공대생 임이 분명하고, 얘네들이 느끼는 기계가 되어 가는 느낌은 이미 마스터한 저로서는 공감대가 많이 있던 영화입니다. 전공불문하고 공대생이라면 더더욱 재미있을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안보신 공대생 여러분. 예쁜 여자 없어 보인다고 무시하지 말고 한번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참고로 여주인공은 인도 국민배우라고 하긴 하더라고요. 

옷마저 공대생스러운 포스터

 
위 아래 포스터의 가운데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라 할수 있는 란쵸 입니다. 원래 이름은 무지 길고. 란쵸라고 부르는데. 캐릭터가 독특하죠. 천재에다가 약간 반항적이고 순수한 그런 사람입니다. 마치 원피스의 루피같은 역할이죠. 좌충우돌 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런 캐릭터. 요즘 영화에 이런 캐릭터 정말 안나옵니다. 선인지 악인지 따지는게 고리타분한 시대이니까요. 어쨌든 현실감은 좀 없지만. 란쵸는 매력적인 캐릭터임에 분명합니다. 
란쵸의 영화속 실제 신분은 스포성이 짙어서 도무지 말씀 드릴수 없습니다만 문제아로 생각되다 나중에 수석 졸업을 하죠. 이점이 실제 공대에서 일어날수 없는 일이란것은 잘 알지만. 영화란 대리만족이니.ㅎㅎㅎ

주인공들

aal izz well

영화 속에서 주제처럼 들리는 이 구절은 꽤나 인상깊게 들립니다. 2002년에 인도에 일주일정도 갔었습니다. 인도의 빈민층들이 사는 모습이나 일반 백성들의 모습을 볼 때 사실 이런 희망을 갖기 어려운 나라라 생각이 되는데 그러니까 더욱더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좋아하나 보다 생각되네요. all is well 의 인도식 표기인지 모르겠으나 비슷한 뜻인것 같긴 합니다. 다 잘될거야 비슷한. 마음을 편하게 가져 비슷한 그런 뜻이죠. 일종의 란쵸의 주문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아수라 발발타 같은건가. 
인도영화의 볼거리인 뮤지컬 풍의 노래 장면이 몇개 있는데 재미있습니다. 알이즈웰의 동영상을 위에 링크 해 두었습니다. 유치하면서도 중독성있는 면이 있습니다. 이영화를 보면서 한국에서의 공대생. 그리고 기계과 그리고 취업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사실 나름 순수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물리가 워낙 어렵고 또 결국 돈을 벌어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공대를 택했습니다. 

공대가 과연 순수할 수 있을까? 목표는 취업, 돈이 되는 것 아닌가. 대학원을 가도 결국 프로젝트 해서 돈따내는 것이 전부 아닌가 하는 답답함을 늘 느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연구실 불을 환히 켜고 밤을 새면서 과연 이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것일까? 그런 사명감이 나에게 있는 것일까? 그냥 취업 잘하려고 왔고, 그냥 프로젝트 잘 수행하면 되는건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진짜 원한 길은 혹시 사진 기자가 되는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친구도 있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질문보다는 시험문제를 풀기에 바빴고 가중되는 스트레스는 풀어야만 하니. 스트레스 풀릴만한 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란쵸같이 여친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좀 나아보였지만. 어쨋든 고민 고민 하다가 어느새 졸업하고 나오면 사회에서 더 강도 높은 경쟁과 어려움, 외로움에 시달리는게 얼간이 아닌 사람들의 삶입니다. 

영화속 얼간이가 되지 않으면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난 얼간이 처럼 살았어 라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